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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OZKO 서울에서 남호주 와인 향기에 취하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록색 병에 담긴 소주나 그 소주를 타먹으면 술술 넘어가는 맥주부터 떠올릴 것 입니다. 이전에 한국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점점 줄어든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 과거에는 음식에 있어서선택권이 많지 않다보니 끼니를 해결하는데 주로 쌀로 밥을 지어 먹었다면 이제 건강식으로 먹기 위해 탄수화물을 줄이기도 하고 또 경제 성장으로 육류소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그로 인해 쌀 소비가 매우 줄었다고 하죠. 이처럼 가장 널리 보편화 되어 있는 한국의 소주와 맥주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종류의 술에게 지분율을 많이 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나 젊은 세대들 사이에는 유자맛 소주를 시작으로 점차 달고 도수가 약한 술을 선호하는 것이 주류시장의 트랜드입니다. 최근에는 하이볼이라는 위스키에 소다수나 시럽을 탄 음료가 크게 유행하기도 했는데 이는 대중들이 기존에 있던 주류를 넘어 점차 새로운 맛과 향을 찾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프 자료 출처 : 데일리팝 / 디지틀조선일보

제가 어릴 때 와인이란 드라마에서 나오는 재벌가의 식탁에나 올라가는 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로 한국에서는 와인하면 고급스럽거나 비싸다는 이미지가 강했던거죠. 제가 뉴질랜드를 거쳐 호주에 살게 되었을 때도 한동안은 와이너리가 많은 지역이라고만 생각했지 와인에 대한 별다른 흥미도 관심도 갖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다만 현지 보틀샵에 가면 끝도 없이 진열되어 있는 와인병의 향연을 보고 '여기 사람들은 와인을 진짜 많이 마시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정도였죠. 그런데 이제는 날씨만 좋으면 오늘은 어디 와이너리를 가볼까부터 궁리하는 제 자신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그저 쓴 포도맛 주스라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러운 호기심에 마셔본 Shardonnay 와인이 어찌나 향기롭던지...! 아는만큼 보인다더니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니 이제서야 한국에도 얼마나 많은 와인매니아들이 존재하고 그 비싼 와인들을(한국에서만 유난히 비싼듯한 와인이지만) 어떻게든 구해서 마시려는 사람들로 가득한지 알겠더라구요. 

 

와인은 크게 호주, 미국, 뉴질랜드로 대표되는 신세계와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지역으로 대표되는 구세계와인으로 나뉩니다. 여러가지 기준이 있지만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느냐 아니면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느냐의 차이였던 것 같아요. 호주에서 가장 크고 잘 알려진 와인산지인 바로사밸리의 여러 와이너리를 방문하다보면 정말 독특하고 특이한 와인들이 많이 있어요. 위스키가 들어있는 오크통에서 발효시킨 레드 와인이라던지 그린 캡시컴(한국에는 파프리카로 불리는)의 향이 느껴지는 화이트 와인이라던지 꿀과 헤이즐넛 향이 나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이라던지...... 무궁무진한 창의력 앞에서 와인이 이렇게 다양할 수 도 재미있을 수 도 있구나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물론 전통적인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하여 와인을 만드는 방법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요즘 같이 매일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제가 제 코와 입으로 느낀 호주 와인은 정말이지 '신세계'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이었어요.

 

퍼플독 홍대 스토어

어떻게 호주에서는 만원정도 하는 와인이 한국에만 들어가면 3만원으로 둔갑하는지는 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유럽 와인들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그렇지 못한 맛은 확실히 한국 사람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넘쳐나는 구독서비스 상품들 중에서 크게 눈에 띈 것은 '퍼플독'이라는 와인구독 서비스 입니다. 일명 와인버틀러라고 불리는 퍼플독은 직접 엄선한 와인들을 고객들이 직접 입력한 데이터에 AI를 적용하여 정확하게 소울와인을 찾아주는 신통방통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퍼플독의 와인리스트에도 호주와인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나 남호주와인들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바로사밸리 1시간 거리에 살고 있는 제 어깨가 다 으쓱해지더군요. 

 

으레 구독서비스라면 재미로 한 두번 해보고 말지도 모르지만 퍼플독은 재구독율이 약 94%에 달한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와인 고수가 아닌 와인 초보를 공략하고자 하는 쉽게 풀어주는 와인 전략이 잘 먹힌 것이지요. 이처럼 와인이라는 술은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마냥 접근이 어렵고 잘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알고보면 쉽고 재밌는 존재가 된 듯 합니다. 2021년 관세청 자료에 의하면 편의점에서 4캔에 만원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수입맥주를 제치고 와인이 해외 주류 수입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경로로 와인을 구매하고 즐기는 한국인들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남호주 와인 그랜드 테이스팅 행사장의 모습

또 최근 OZKO도 참가한 남호주 와인 그랜드 테이스팅 행사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린 것을 보니 호주와인에 대한 열기가 더욱더 실감이 났습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진 브랜드가 아닌 미수입 와인들임에도 불구하고 와인을 공부하는 학생, 와인 업체 관계자 분들이 모여 진지하게 와인의 맛을 음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먼나라로 느껴지는 호주의 비싸기만 한 줄 알았던 호주 와인이 이토록 가까운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한국인은 이제 더 이상 소주의 민족이 아닌걸까 싶기도 합니다.

 

이러한 특별한 행사 외에도 일상 속에서 호주 와인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힐튼 호텔은 이미 Australia Wine Promotion이라는 행사를 진행 중입니다. 힐튼 호텔 내의 어느 레스토랑에서라도 식사를 하면 호주 와인과의 페어링 서비스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 멋진 소식을 OZKO도 놓칠 수 없어 방문하여 주문한 촉촉하고 묵직한 장어덮밥에 상큼하면서 부드러운 Zonte's Footstep 'Excalibur' Sauvignon Blanc을 페어링하니 이래서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에는 소믈리에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궁합이 환상적이었습니다. 이처럼 와인이란 같이 먹는 음식의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기도 하고 음식이 가지고 있는 강한 맛을 다소 상쇄시켜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하니 식사에 와인 한 잔 곁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힐튼 호텔의 프로모션 현장 - 장어 덮밥과 남호주 화이트와인의 페어링

한국에서도 검색창에 지역이름과 와인만 검색해도 원하는 지역에서 와인과 페어링하여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제가 교복치마 휘날리며 떡볶이 사먹던게 엊그제 같은데 와인의 인기와 위상이 이렇게 높아진게 정말 놀랍기만 합니다. 와인을 마신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인생이 달라지거나 와인에 대한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와인 한병을 냉장고에 미리 넣어두고 그 날 저녁에 마시기 전까지의 설렘, 그리고 매번 새로운 와인을 시도해보는 즐거움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작은 별사탕같은 반짝임 입니다. 멋진 치즈보드나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도 좋지만 오늘 새우깡 한봉지에 와인 한 잔 마셔보는 건 어떠세요? 재벌가 식탁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영화 속에 나올법한 그런 멋진 상차림이 아니더라도 내 손에 잡히는 모든 것들이 오늘의 와인 짝꿍이랍니다.

 

By. Hayley 특파원